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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람이 아닌 서울 사람들 레시피보고 흉내낸 동인동 갈비찜

글쓰는아빠 2021. 1. 24. 08:42

일요일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주말답게 가벼운 포스팅 하나 해볼까 합니다. 

 

그러니까 에ㅡ또, 지지난주 주말쯤이었을 겁니다. 아내와 TV를 함께 보는데, 도저히 외국인이라 믿기 힘든 '매우 한국적인 식성'의 소유자가 나오더군요. 그 마성의 주인공은 바로 빌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게 된 그는 한국인도 꺼리는 음식들의 진미를 완벽하게 파악하며 먹어치우더군요.

 

 

핀란드인 빌푸. 한국인도 호불호 갈리는 음식들까지 다 먹어치우고 음식이 지닌 고유의 맛까지 정확히 캡쳐해내는 능력자.. (출처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화면 캡쳐)

 

 

그런 그가 한국인 아내와 함께 일정차 대구에 들렸고, 들른 김에 대구10미를 반드시 먹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차례대로 먹어치우는 게 방송의 주요 콘텐츠였습니다. 방송을 보며 대구 사람인 아내와 저는 제법 냉정한 평가자들이 되어있었습니다. 뭉티기 접시를 뒤집는 장면에선 "저건 진리지!"를 외쳤고, 납작만두를 소개하는 장면에선 의견이 갈리기도 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경북 출신인 저는 납작만두를 대학에 와서 처음 봤었고, 당시 납작만두를 사주던 선배가 굉장히 생색을 내며 사줬던지라 기대가 굉장했었지만... 무려 속이 빈 만두와 처음 마주했을 땐 "이게 만두야? 공갈만두지!"라며 사기 당한 듯한 기분을 숨기지 않고 표현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ㅎㅎㅎㅎ 그래서 아내에게도 납작만두가 대구 10미에 들어가는 건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어필했었죠.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간장에 비벼 먹는 맛은 확실히 일반 만두랑은 다른 묘미가 있습니다. 그냥 당시엔 평소 만두킬러였던지라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이미지에 대한 반발심이었죠ㅎㅎ)

 

 

(아래 링크는 대구시가 홍보하고 있는 "대구 10미"다. 참고자료)

 

http://info.daegu.go.kr/mnews/view.php?key3=232971

 

대구 시정홍보관

 

info.daegu.go.kr

 

 

솔직히 대구 10미라고 소개한 음식들 중 맛이 없는 음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음식점에 가서 내 돈을 주고 직접 사먹기엔 갈등이 되는 음식들이 있긴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동인동 갈비찜입니다. 이런 발언은 같은 대구 사람들한테 몰매를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를 테클이지만, 솔직히 필자와 아내는 가성비를 중히 여기는 서민들인지라 가격 대비 좀 아닌 건 아니라고 매정하게 외면하는 타입입니다.

 

그러니까 ㅡ 정확히 말하면, 같은 가격이면 그냥 무조건 뭉티기를 먹거나 막창, 복어불고기를 먹지 동인동 찜갈비는 좀 아니라 생각한다는 거죠. 이건 기본적으로 맛이 없다랑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 겁니다. 동인동 찜갈비도 무려 소고기를 원재료로 하는 만큼 맛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실제 동인동 찜갈비 골목은 늘 주차대란을 겪고 있는 중이죠.)

 

다만! 같은 값이면 10미 중 다른 걸 고를 거라는 것이죠. 그래서 배가 대구 앞산 만큼 불러온 아내에게 동인동 갈비찜을 제가 직접 해주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럼, 대체 수제치즈돈까스는 언제 해줄 거냐고 닥달을 했지만, 만삭의 아내의 배를 보니 너무 기름진 건 출산 전까지는 일단 피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지만 이게 쉽지 않은 도전이란 걸 다음날 바로 알겠더군요. 그러니까... 저는 대구 사람이지만, 동인동 찜갈비 레시피는 모른다는 사실. ㅡㅡ;;;

 

그래서 일단 초록창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음, 대략 대구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올린 대구 음식 레시피와 마주하는 순간.jpg

 

 

모르긴 몰라도 진짜 대구 사람이 올린 레시피들 보단 서울 사람들이 올린 레시피일 거 같단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초록창의 검색결과였습니다. 그걸 요약해 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겠습니다.

 

1. 고기 핏물을 제거한다.

2. 고기를 끓이며 양념장을 투하한다.

 

3. 감자, 파, 버섯, 당면 등을 투하한다.

 

4. 양념이 고루 베이게 충분히 쫄인다.

 

5. 먹는다.

 

 

 

순서는 대략 익혔으니 장을 보러 장보고식자재마트에 다녀왔습니다. 가성비를 중시 여기는 입장에서 LA갈비만한 게 없더군요. 1kg이 조금 안되는 양을 팩에 묶어서 팔길래 그걸 들고 왔습니다.

 

 

 

890g?? 정도되는 양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해동과 핏물빼기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LA갈비였던지라 썰린 모양새가 동인동 스타일은 아니지만, 입에 드가면 똑같을 거니 관계없단 생각으로 당차게 ㅡ 핏물 제거에 들어갑니다. 핏물을 제거할 땐 물을 고기가 잠길 만큼 담고 설탕을 한 숟가락 넣어줍니다. 설탕을 넣어주면 핏물도 빨리 빠지고 고기도 좀 연해집니다.

 

 

들어갈 재료들 집합. 대파는 얼려둔 상태로 냉동고에 있어 꺼내지 않았네요.

 

 

핏물을 빼는 동안 주변 재료들 손질과 준비를 해줍니다. 맛을 위해 빠져서는 안될 녀석들론 감자와 양파가 있겠네요. 다른 건 안들어가더라도 애네들은 들어가줘야 맛이 납니다. 전 개인적으로 버섯광인지라 냉장고에 있던 녀석들도 합세시켰습니다. 

 

 

 

양념장도 미리미리

 

재료들 확인했으니 양념장도 미리 만들어둡니다.

 

양념장의 비율은... 늘 말하지만 감이며, 센스입니다. 황금비율 같은 거 없습니다. 본인 취향부터 되어야 합니다.

 

전 고추장 크게 두 숟가락 + 마늘 다진 거 크게 한 숟가락 반 + 고춧가루 크게 두 숟가락 + 진간장 크게 두 숟가락

 

로 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청량고추를 직접 넣고 고춧가루 양을 줄이고 싶었지만, 아내가 빠꼼하게 고추를 가려낼 것을 알고 있어서 고춧가루로 대신했습니다. 

 

참고로 저 비율로 그대로 가져가면 짜고 매울 수가 있습니다. 원래 동인동찜갈비는 양념이 아주 자작하게 되어 있는 형태지만, 전 시간도 많이 남았던 탓이 있지만, 원래가 양념국물에 밥을 비벼 먹고 하는 걸 즐기는지라 물을 아주 넉넉하게 하고 천천히 졸이며 들어갔습니다. 

 

 

 

 

당면도 미리 불려둡니다.

 

당면 불리는 건 항상 시간이 늘 제법 소요되죠. 그래서 전 그냥 끓입니다. 끓일 땐 미량의 소금과 참기름 반 숟가락 정도만 넣습니다. 그렇게 끓는 물에 잠시 넣었다가 빼면 탱글탱글할 겁니다.

 

 

요거슨 다진 마늘 보관 팁

 

여기서 잠시 팁 하나 더 드리자면, 전 다이소에서 얼음 얼리는 각을 구매해서 그걸 다진마늘을 보관하는 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매번 음식을 할 때마다 마늘을 다지는 것도 힘들지만, 다져진 마늘을 사서 장기간 보관하기도 애먹을 일이죠. 그래서 저렇게 나름 분리보관을 하고 ㅎㅎㅎ 얼려두었다가 하나씩 빼쓰는 거죠. 나름 편합니다ㅎ

 

 

잡내제거를 위해 한 번 먼저 데쳐줍니다.

 

 

모든 고기들은 기본적으로 잡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음식을 맵게 해주면서 향을 날려주기 위해 보통 생강을 씁니다. 헌데, 그렇게 하면 또 너무 화끈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고기를 먼저 한 번 데쳐주고 그냥 다 버려줬습니다. 초록창에 보니 일부러 찬물에 한 번씩 헹궈주시는 분도 계시던데, 전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습니다. 

 

 

 

졸이고 + 졸이고 또, 또, 또 졸이고

 

이제 모든 준비는 끝마쳤고, 물을 끓여 양념장을 넣고 졸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원래 동인동 찜갈비는 양념이 완전히 베이고 자작자작할 정도로 하는 편이지만... 저는 전날 본 영상의 빌푸 덕분에 양념을 강하게 하고 물을 더 남겼습니다. (빌푸가 자꾸 양념장을 숟가락으로 퍼먹어서... 나도 쫌... ㅡㅡ;;)

 

 

사실 찜갈비는 어렵지 않은 요리고, 그저 인내와의 싸움입니다. 고기가 완전히 익고 부드럽게 야들야들해질 때까지 쪄주며 기다려주기만 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아내와 저는 생각보다 빨리 배가 고파졌고 그래서 그만...

 

 

 

뭐지? 이 거덜을 낸 비주얼은??

 

 

네, 그래서 그만 필름이 끊겼네요.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배를 두드리며 드러누운 두 마리의 짐승들만 남아 있었네요.

 

 

오늘의 포스팅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글이 더 길어지면, 저와 제 아내의 이미지만 더 추락할 거 같아서요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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