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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만찬 타이식 파인애플볶음밥 도전

글쓰는아빠 2020. 12. 25. 11:03

결혼 전부터 아내와 약속했던 것이 우리가 먹을 밥은 내가 할테니 아이들이 생기면 아이들 밥은 네가 관리하자였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갱상도 남자라서 맵고 칼칼한 자극적인 음식을 매우 선호하는 편이고, 아내는 매운 걸 전혀 못 먹고 늘상 달달한 걸 찾아서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릴 적부터 음식 만드는 걸 즐겼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내 입에 맞는 밥을 만들어 먹는 걸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 늦게 이루어졌습니다. 스무살 이후로 늘 자취를 해왔는데, 좁은 원룸이라 도마 하나 제대로 놓기가 힘든 환경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가스렌지 화구가 2개 이상 되는 부엌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게 한 동안 소원이었죠 ㅋㅋㅋ (아, 소박하다..)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게 서른 중반 넘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신혼집을 차리고, 드디어 이제까지 없던 부엌다운 부엌이라 할 만한 환경에서 살게 되니... 의욕이 더 커진 거죠ㅎㅎㅎ 

 

각설하고 ㅡ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스테이크에 파스타 해먹는 건 이제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도전해 본 게 파인애플 볶음밥이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뭐 그 결과부터 보여드리자면,

 

 

도전하려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져 버린 비주얼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왜지??

 

아차.. 장식의 꽃이라는 저 부분을 댕강 잘라버렸네... ㅡㅡ;;

 

 

그래도 맛은 아주 훌륭했기에!!

한 번 과정을 정리해 봅니다.

먼저 재료준비부터!

 

 

크리스마스 이브 만찬 타이식 파인애플볶음밥 !!

 

파인애플 : 한 놈.

 

파프리카 : 색깔 별로 3분 1개씩

 

양파 : 큰 거 한 놈의 절반 정도

 

파 : 파기름 낼 정도로 (뭐, 양파 썰은 거의 절반 정도?)

 

마늘 : 3~4알 편으로 썰어서 

 

칵테일 새우 : 다 먹을 수 있으면 많이 넣어도 무관 보통 2인 기준 10개 정도

 

베이컨 : 시중에 포장된 미니 사이즈 1

 

계란 : 두 알

 

버섯 : 취향 껏 

(뭐, 꼭 볶음밥엔 새송이로 해야 해, 아냐, 표고야, 느타리, 양송이가 장땡이야 ㅡ 이딴 논쟁은 아주 무의미합니다.

 버섯 좋아하면 잘게 썰어 넣으면 다 맛이 납니다.) 

 

청양고추 : 호불호가 강하니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만. 실제 파인애플 볶음밥은 실패 시 무지 달기만 할 수가 있으니 매운맛 좋아하시는 위인들은 필히 고추를 준비하길 권유.

 

간을 조절 할 조미료 : 굴소스, 소금, 후추

 

 

 

 

사실 볶음밥은 난이도 최하위급 요리이죠. 요리라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그냥 웍에 기름 두르고 차례대로 재료 투하하며 계속 볶아주기만 하면 끝나버리죠. 

필요한 건 성실함 정도? 팬 바닥에 눌러붙지 않게 계속 휘저어 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물론, 기름 조절을 잘 못하면 많이 느끼해질 수가 있고, 몇몇은 좀 덜 익어버릴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서 식재료가 너무 잘아버리거나, 때때로 크다고 느낄 수가 있죠. 

 

 

그러니 볶음밥은 재료를 적당히 썰어 재료별로 따로 볶은 후, 마지막에 함께 합쳐서 볶는 게 가장 좋습니다.

 

 

 

주재료들부터 먼저 준비합니다.

 

가장 먼저 냉동되어 있는 칵테일 새우부터 몸을 녹여주죠. 재료를 꺼내신 후 물에 한 번 샤워시킨 다음

소주에 담궈줍니다. 이때 미리 소금이나 후추를 살짝 쳐주는 게 좋습니다.

왜 이러느냐? 남아있는 비린 향도 날려주고, 동남아에서 여기까지 냉동된 채로 쉼없이 날아온 녀석들의 속살을 야들야들하게 풀어주기 위해서죠.

 

다음 파인애플을 절단합니다. 그리고 속을 파주어야 합니다. 이 작업이 유쾌하진 않습니다. 파인애플 속은 몰캉몰캉 해도 가장자리는 딱딱하고, 파내려고 하면 물이 많이 나오거든요. 

 

반으로 절단한 후에, 속에 칼집을 미리 여러 번 낸 후, 숟가락 등으로 퍼내시면 그나마 편리해집니다.

 

 

잘게 썰자

 

 

식재료들은 기본적으로 다들 잘게 썰어줍니다. 여기서 개개인들 취향 차이가 있으니 고려를 잘해야 합니다. 

 

무슨 말이고 하면 ㅡ

 

저는 개인적으로 아삭함을 즐깁니다. 그래서 파프리카를 잘게 썰기 보단 약간 덩치가 있게 썰어주고, 익히는 것도 완전히 익히기 보단 살짝 덜 익힙니다. 완전히 익으면 아삭함은 사라지고 단맛이 강해지거든요. 

 

또, 어떤 이는 고기를 즐길 수가 있습니다. 저는 베이컨을 잘게 썰어넣었지만, 고기 씹는 맛을 봐야만 한다 ㅡ 하시면 베이컨 대신 삼겹살이나 목살로 해도 무관합니다. 썬다고 썰어도 베이컨 만큼 썰리지도 않을 테니 고기육즙에 씹는 맛을 꼭 보시려면 그래도 괜찮다는 겁니다.

 

 

따로 볶아줍니다.

 

고기와 달걀, 파프리카는 따로 볶아주면 좋습니다. 고기부터 해서 파프리카, 달걀 순으로 한 팬에서 따로 볶아주게 된다면, 일단 기름을 덜 쓰게 됩니다.

 

고기야 원래 지방이 나와서 그렇고, 파프리카는 물이 나옵니다. 실제 찹스테이크 같은 걸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래서 고기와 파프리까를 따로 굽기도 하죠. 

 

이렇게 하면 다 때려 놓고 볶을 때보다 시간은 더 들긴 하지만, 일단 느끼해질 가능성은 많이 줄어듭니다. 달걀의 경우, 스크램블 형태로 해서 볶음밥 마지막에 합쳐주면 계란의 식감이 많이 살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마지막 단계에서 날계란을 풀어준 정도로만 해도 만족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요것도 어디까지나 팁일 뿐입니다. 

 

 

 

 

 

먼저 볶아둔 녀석들은 뒤로 하고, 이제 웍을 꺼냅니다. 썰어뒀던 파에 올리브오일을 둘러 파기름부터 만듭니다.

이때 편마늘 썰어둔 녀석들도 투입합니다. 저는 마늘을 다 다진 후에 얼려버려서... 걍 다진 마늘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다진 녀석을 넣으면 마늘맛은 느끼지 못하게 되지만, 향은 남게 됩니다. 물론, 다져진 녀석들인 만큼 자칫하면 그냥 다 타버릴 수가 있으니 불조절은 필수!

 

 

이제 차례대로 다 때려넣을 시간!

 

그럼, 이제 새우부터 시작해서 파인애플 순으로 차례대로 넣고 볶아줍니다.

저는 당시 밥이 지나치게 꼬들했던 관계로 파프리카를 이때 그냥 같이 볶았습니다.

말했죠?

파프리카는 물이 나옵니다ㅎ

파인애플에서도 물이 나옵니다.

꼬들꼬들했던 밥이 볶아지며 수분을 먹게 되는 거죠. 

 

이런 게 짬밥이죠. 요린이들이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고 고대로 따라했는데, 실패를 했다?

이런 순발력이 없어서입니다. 알려주는 사람과 학습받는 본인의 입맛이란 게 많이 다를 수가 있는 법입니다.

 

헌데, 음식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는 이런 유연성을 현장에서 발휘를 못하는 거죠.

 

 

 

어머님표 들기름

 

끝으로 밥을 넣고, 여기에 어머님표 들기름 한 숟가락만 넣어줍니다. 

어머님표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없으신 분들도 불안해하지 마시고

마트서 대충 집어온 녀석을 넣어도 무관하니 염려 뚜욱!

 

 

 

이제 마지막으로 간을 잡아줄 시간이 왔습니다.

재료들은 다 볶였고,

 

마지막으로 간만 잡아주면 해피해피한 식사타임인 거죠!!

 

 

 

내돈내산 굴소스임. 걍 마트서 대충 집어온 녀석. ppl 아님.

 

 

타이식 파인애플볶음밥이라고 하지만, 파인애플을 볶았다는 것 말고는 사실 타이식이라 말하기 곤란하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빼먹은 거죠.

 

그건 바로,

 

타이식 향신료ㅎ

 

그게 뭐 대단하다고 그러느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ㅡ 

일단 타이 향신료들 중 대표적인 게 뭐 ㅡ 고수, 상차이? 정도라 할 수 있겠는데요, 아시겠지만, 이게 호불호가 굉장합니다. 전 결코 불호인 타입이고요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럼, 향신료를 이야기하느냐?

 

 

 

일단 파인애플 자체가 겁나게 달아요. 당도가 높은 과일입니다. 그러니 이 요리는 자칫 잘못해버리면 설탕밥 먹는 기분이 날 수 있단 거죠. 그래서 다른 블로거들을 살펴보면, 많이들 쓰는 게 피시소스입니다. 실제 베트남, 태국서 많이들 쓰는 소스인데, 우리나라 멸치액젓과 매우 유사한 녀석이죠. 차이점은 짠내가 훨씬 덜 하고 부드럽다고 할까요?

 

그래서 피시소스와 약간의 후추, 혹은 청양고추 등으로 단맛을 줄이며 다른 맛을 추가해주는 레시피들로 되어 있습니다.

아주 탁월한 선택들이죠. 

그리고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게 굴소스입니다. 굴소스야 워낙에 좋고, 요즘 여기저기 많이 들어가고 있으니 가정에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러니 굴소스로 간을 잡는다는 것에는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 저도 굴소스로 간을 잡았으니까요. 

 

다만 염려스러운 부분들은 ㅡ

 

거론된 것들 중에 청양고추와 후추는 매운 걸 못 먹는 사람 입장에선 쥐약입니다. 못 먹을 수도 있단 거죠. 저야 아내 입맛에 맞춘다고 해서 이번에 넣지 않았지만, 만약 저 혼자 먹었을 거라면, 청양고추 2개 정도는 그냥 넣었을 겁니다. 그만큼 고추와 후추는 호불호가 강합니다.

 

다음은 소금입니다. 으음... 일단 초콜릿에도 소금이 들어간다는 걸 알고들 계실 겁니다. 그만큼 일정 비율 이하의 소금은 단맛만 더 증폭시켜버립니다. 그렇다고 일정 선을 또 넘어버리면 그냥 짭니다ㅎ

 

그러니 가장 좋은 건 ㅡ

일단 자신의 입맛에 맞게 추려낼 재료들은 추려내고, 더할 재료들은 더해야 할 테고요

 

굴소스가 일단 기본적으로 두 스푼 들어갔다는 전제 하에,

 

추가로 소금이나 피시소스를 이용해서 간을 맞추시려거든 조금씩 넣어가며 간을 보시길 바란다는 겁니다. 

 

 

 


 

백종원 선생의 등장 이전부터도 요리를 만드는 TV프로그램과 요리블로거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레시피 공개도 있었고, 보고 따라하시는 분들도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최근에는 더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엄청난 자료의 누적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시는 분들 중 실패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실패의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식재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력이 없는 상태이기입니다.

 

마늘과 양파, 파프리카 등을 열을 가하면 달아진다는 걸 모르는 상태

파와 무를 끓이면 물이 시원해진다는 걸 모르는 상태

 

이런 기본적인 이해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따라하니 돌발상황에 대처도 안되고,

간을 잡겠다고 했는데 적절한 걸 넣치 못해서 맛이 달나로로 가는 거죠. 

 

 

백종원 선생의 인기를 견인한 것 중 하나가 아스파라거스였죠.

아스파라거스가 몸에 좋고, 맛도 오묘하다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겁니다.

문제는 일반 가정 냉장고에 오래 있을 수 없는 녀석이죠. 금방 상태가 변하니까요. 

 

헌데, 기존에는 방송에서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이세요 ㅡ 라고 아무렇게나 말해왔던 겁니다.

 

굳이,

꼭,

적힌 대로, 본 대로, 다 따라할 필요가 없습니다.

 

백선생께서 그래서 이런 말씀을 남겼죠.

 

'요리채널에서 자주 소개하는 아스파라거스 있으면 좋은데, 냉장고에 아스파라거스 그런 거 없지유? 그럼 딴 걸로 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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