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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냉장고털이 무규칙이종 볶음밥? 유지어트는 개뿔!

글쓰는아빠 2021. 6. 2. 00:52

전날 냉장고를 턴다고 열심히 털었지만, 아뿔사, 순대와 비엔나 소시지를 남겨두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네요.

 

점심 때 남은 녀석들을 싸그리 다 처리해야겠단 의지가 펌핑되는 가운데

더 큰 걱정거리가 저를 괴롭힙니다.

 

그건 마늘쫑이 지나칠 정도로 남아돌고 있다는 사실...

 

 

왼쪽부터 얼려서 보관중인 마늘쫑과 마늘쫑김치, 마늘쫑짱아치. 마늘쫑짱아치는 무려 한 통이 더 있다는 사실..

 

 

본가와 처가 양쪽에서 마늘쫑을 아낌없이 지원해준 덕분에 냉장고에 마늘쫑이 넘쳐나고 있던 겁니다.

전날에도 물론 소비를 한 번 했지만, 그걸로는 택도 없는 거죠.

 

그래서 식은 밥도 무진장 남았겠다 남은 재료와 마늘쫑을 때려놓고 볶음밥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근본 없는 무규칙이종격투..가 아니라, 무규칙이종볶음밥!

 

 

순대와 마늘쫑을 썰어줍니다. 순대가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아보여서 마늘쫑도 적당히 썰어봅니다.

 

왜 무규칙이종 볶음밥이냐?

그건 문자 그대로 근본없이 막 볶아버리기 때문입니다.

 

레시피?

모릅니다.

 

당장 걍 있는 대로 있는 것들 대~~추우웅~~ 넣고, 볶고 싶은 대로 볶을 뿐!!

 

 

뭐지? 이 기형 소시지는?

 

 

씹을 건 전날 쓰다 남은 비엔나 소시지와 순대, 얼려뒀던 마늘쫑이 전부입니다.

밑간에 녹으라고 슬라이스 낸 마늘과 

느끼함을 덜어줄 청량고추가 사이드로 끝이고요.

 

 

막상 다 썰어보니 마늘쫑이 적어보여서 넣은 양의 2배를 더 썰어 넣었습니다.

 

 

팬에 불 당기기 전에 대충 눈대중으로 양을 봅니다.

마늘쫑 훨씬 더 들어가도 될 듯해서 더 때려 넣었습니다.

 

이제 식은밥 양을 봅니다. 부족하면 햇반이 있으니께~

 

 

아.. 햇반 따위.. 이걸로도 차고 넘친다..

 

 

다행히 둘이서 먹기엔 상당히 많은 양입니다. 까짓 점심 때 먹고 남으면 제가 저녁에 먹어야겠단 생각으로 

본격적인 무규칙이종 볶음밥 맹글기에 들어갑니다.

 

일단 밥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썰어둔 거 몽땅 한 번에 다 넣은 상태로

기름 살짝만 둘러서 볶아줍니다.

 

비엔나 소시지가 타닥타닥 비명 내지르며 튀어 오르는 걸 보면 밥이 투하될 시점입니다.

 

 

아.. 식은밥 답게 밥이 딱딱하군하!

 

 

밥 때려넣고 볶으려니 식은밥이 제대로 식다 못해 굳어서 딱딱합니다. 

 

팬에 생수를 조금, 음, 나름 계량하자면, 우리집 물컵으로 삼분의 일 컵? 

(근데, 넘들이 우리집 물컵 사이즈를 알까욤? 몰라유, 그건 아즉 며느리도 안키워서 며느리도 몰러유~)

 

 

여튼,

뭐,

대충 그런 겁니다.

 

 

마치 가뭄으로 갈라졌던 논바닥에 빗방울이 떨어지듯,

건조하게 벌어진 모공 틈사이로 모이스쳐 기능성 로션이 스며들듯,

 

딱딱해진 밥이 물기를 머금고 몸을 풉니다. 까짓 조금 더 넣어줍니다.

심지어 이젠 밥알이 부풀어 오릅니다. 

 

분명 볶음밥인데, 기름으로 튀기는 게 아니라, 팬에 물을 넣고 튀기는 격이 되어서 

느끼함과는 사요나라, 근데 결코 볶음밥이라 할 수 없는 질어버린 밥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이때쯤, 삽되었구나 싶은 걱정이 듭니다!!

물이라니.. 싱겁겠는데?!!

 

 

급한대로 대~~추우웅~~ 간을 맞추자!!

 

급한 마음에 마늘쫑짱아치의 간장물을 마구 퍼다 씁니다. 

역시나 밥이 더 퍼질 것 같습니다. 이 놈도 물은 물이니 ㅋㅋㅋㅋ

 

그래서 돼지국밥 시켜 먹었을 때 딸려왔던 소금이 생각나서 꺼냅니다.

뿌려버릴까 하다가 격하게 인위적인 짭조름한 맛이 더해질 것 같아서 관둡니다.

 

 

 

구원투수 어서 오시고.

 

역시나 이럴 땐 구원투수 굴소스입니다.

2스푼 넣어줍니다.

 

 

그래도 뭔가가 만들어지긴 만들어진다는 사실!!

 

 

한바탕 난리부르스친 것 치고는 오지고 지릴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그래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볶음밥 비스무리한 것이 나올 듯 합니다.

 

 

 

아따, 기분이다. 연기 모락모락 올라올 때 샷 한 번 더!

 

 

휘리릭 이렇게 몇 분만에 마늘쫑 다수와 먹다 남은 순대와 비엔나 소시지를 절단냅니다.

 

마음 속 한편에서는 

 

보아라! 이거시 바로 자취경력 20년차 짬밥의 무규칙이종 볶음밥이다!

라고 미친 왈왈이 소리를 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고.. 내가 또 이딴 걸 마누라님에게 드시라고 내놓아야 하다니..

죽여주시옵소서 마마~!!

 

하고 무거운 죄책감이 밀려옵니다.

 

아, 글쓰다말고 밥하는 거 귀찮다고 해서 이렇게 막하면 안되는 건데,

제발 좀, 사람이 얌전히 먹을 수 있을 법한 그런 제대로 된 음식으로 아내에게 대접해야 하는 건데...

 

 

 


 

 

 

으잉??

 

는 개...뿔...

 

그 많던 밥을 정녕 둘이서 다 먹은겨?

아니, 웍 하나 가득이었는디?

 

깨끗해진 웍 덕에 

결국 오늘도 죄책감 따윈 가볍게 짓이겨버리는 악마의 속삭임이 완승...

 

 

 

 

보아라, 이거시 바로 진정한 냉장고털이 자취 20년차 경력의 무규칙이종 볶음밥이니라! 움훼훼훼훼훼훼!!




 

 

제가 실제로 이러고 삽니다ㅎ

음식을 맹글어 먹음에 있어서 비주얼 따위 포기하고,

간만 대~~추우웅~~ 맞으면 되지~~ 캄서 

 

때깔 조흔 레시피들 무시하고, 음식물 쓰레기 아깝다고 뭐든 이렇게 

대~~추우웅~~

볶는 건지, 물에 뿔리는 건지, 졸이는 건지~~ 뭔지도 모르게 맹글어서 먹고 합니다ㅎ

 

그저 이따구로 하는데도

싹싹 비워주는 마누라님에게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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