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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쫑과의 전투, 장모님의 선물을 와사비 간장으로 - 한치 편

글쓰는아빠 2021. 6. 24. 16:04

어제 아침부터 어쩐 일로 장모님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여차저차 어기영차 하셔서 저희 집 근처 지하철역을 지나니 나와서 한치를 받아가라고 하십니다.

 

"한치요?"

"그래, 낚시로 잡아온 건데, 가져가서 회 떠서 먹어라."

 

먹고 살아보자고 새벽까지 뭔가를 뽀시락~ 뽀시락~ 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던 터라

잠결에 전화를 받고서는 에라 모르겠다, 마누라에게 토스하고는 아기를 안은 채 다시 잠들었습니다. 

 

그러고 시간이 지나서 깨어나보니..

 

먹물이 덕지덕지 붙어서 꽁꽁 얼어있는 한치 다섯 마리가 저를 보고 웃고 있더군요.

 

 

어서 와, 한치 손질은 처음이지?

 

뭐, 일단 해보면 되지 않겠슴꽈?ㅎㅎ

 

 

그러니까 대충 인터넷을 통해 써~~치잉을 해보니 

 

대략 오징어와 많이 비슷하더군요. 오징어는 오징어순대를 맹글어 보느라 몇번 해본 적이 있으니 겁없이 바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한치를 손질하는 핵심은

 

  1. 다릴 뽑는다.
  2. 눈알 및 내장 달린 위쪽을 잘라 버린다.
  3. 몸통에 뼈를 뽑는다.
  4. 몸통에 달라붙어 남은 장기들, 속을 버린다.
  5. 껍질을 벗긴다.
  6. 머리, 귀를 분리한다.
  7. 귀 껍질도 벗긴다.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겠습니다.

 

참 쉽죠잉?

 

 

다리부터 잡아 뜯어내고 눈알부터 해서는 잘라서 버립니다.

 

뭐, 진짜 굉장히 쉬워요.

다만 손이 미끌미끌한 기분 탓에 참 거시기하는 정도? 플러스 매우 귀찮다 정도?

 

우선 찬물에 한치들을 해동시킨 다음에, 충분히 녹았다 판단이 되면 작업에 들어갑니다.

아, 생물이면 그럴 필요도 없겠죠. 전 얼려주신 걸 받은 관계로 ㅎㅎ

녹을 때까지 시간이 충분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소주와 맥주를 사왔습니다.

회에는 쐬주 한 잔 해야 인지상정이니까요.

 

그러고 나서는 먹물이 몸통에서 과하게 뿜어져 나올 수 있으니 물에 담근 상태에서 다리를 뜯어냅니다.

억척스럽게 안의 내용물을 죄다 한 번에 뽑을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다리에 달린 눈을 잘라내는 거니까요.

 

 

이 녀석이 뼈인가?ㅎ

 

다리를 잘라 냈으면,

이제 한치의 몸통을 반으로 갈라줍니다. 식용 가위 쓰셔도 되고, 대충 칼로 하셔도 됩니다. 전 걍 칼로ㅎ

 

그 다음에 속을 다 비워줍니다.

아직 남아있는 장기들이 있을 수도 있고, 뼈도 있죠. 다 뜯어냅니다. 

아마 먹물 덕에 꽤나 그로테스크하게 보일 겁니다. 그래도 쫄지 마세요. 물로 다 씻어낼 수 있으니까요.

 

 

껍질이여 안녕~~

 

그렇게 속을 새하얗게 맹글었다면, 껍질을 벗겨냅니다.

벗겨내면서 머리에 달린 귀도 분리시켜 줍니다.

 

음, 껍질을 벗기는 요령이라면... 흐음...

그냥 말로는 좀 어렵네요. 끝을 살짝 잘라내서 보면, 층이 구분지어져 있는 게 보입니다. 

그 층대로 그냥 과감하게ㅎㅎㅎㅎ

 

 

동영상으로 남길 걸 그랬네요.

 

참 쉽죠잉?

전부 크기가 제각각인 다섯 녀석이라서 요렇게 다섯 차례 반복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더군요.

이제 한치 녀석들을 아작을 냈으니 먼저 전리품을 챙겨봅니다.

 

 

내가 마, 이 구역의 도른자 울버린 행님이시다, 마!

 

 

뼈가 5개나 되니 잘만하면 울버린의 클로처럼 맹글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잠시 제 안의 흑염룡이 움틀거립니다.

 

물론 손등에 테이핑 둘둘 말기 전에 마눌님에게 걸려 등짝 스매싱부터 획득합니다. 

다행입니다.

나이 마흔 하나에 동네 놀이터로 뛰어갈 뻔 한 걸 말려주셨으니

참말 아내에겐 충성해야 하는 겁니다.

 

 

손질이 끝난 녀석들은 뽀샤시 합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찬물에 씻어서 물기 제거를 해줍니다. 

 

그 사이에 마늘을 편으로 쓰고, 초장을 꺼냅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며칠 전 회 배달 시켜먹을 때 남겨뒀던 초장이 생각나니 갑자기 뭔가 득템한 기분입니다.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냉장고 문앞에서 개다리춤으로 희열을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게다가 꺼내놓고 보니 초장이 생각보다 더 많습니다.

냉장고 문을 닫고 나서 다시 한 번 개다리춤을 춥니다. 

 

 

귀와 몸통은 식감이 다르니 먹는 법도 다르게 해봅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귀 부분만 바로 초장에 무쳐버립니다. 

물기가 덜 제거되어서 묽게 무쳐집니다. 뭐,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겁나게 맛나니까요.

 

그러면서 다리는 또 찹쌀가루에 한 번 묻혀줍니다.

회만 떠서 먹으면 심심하니까 다리는 튀겨보려고요.

 

그렇다고 제대로 튀김솥에 기름 둘러서 하긴 귀찮고,

마법의 에어프라이기에 맡기기로 합니다. 

그냥 째로 튀겨도 되지만, 식감을 좀더 바삭하게 해보고자 찹쌀가루를 바른 거죠. 

 

 

220도에서 앞뒤로 5분씩만 하면 충분한 듯요

 

 

끝으로 몸통을 칼로 쓸고 있자니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회에는 와사비 간장이 딱인데, 

그걸 생각 않고 있었던 겁니다. 

 

바보같이!!

 

근데, 막상 냉장고를 열어보니 와사비는 보이지만, 간장소스를 또 거시기하려니 거시기 구찮아집니다.

냉장고 문을 닫고 잠시 짝다리를 짚어줍니다.

고뇌하는 셰프의 모습이옵죠.

 

그러다 아직 마늘쫑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게 떠오르더군요.

 

마늘쫑 짱아치 담아뒀던 걸 꺼냅니다.

입에 딱 맞게 잘된 짱아치 간장물이 떠오른 거죠.

 

 

훗.. 뭐, 원래 있는 걸로 잘해 먹는 거 아이겠숨꽈?ㅎㅎㅎ

 

이렇게 또 한차례 마늘쫑 한 분대와 전투를 치룹니다.

저의 사기가 매우 높게 향상됩니다.

 

 

한치 몸통 뽀샤시

 

이제 레알 모든 상차림이 끝났습니다.

쐬주를 사면서 상추나 깻잎 등 쌈 싸먹을 걸 ㄷㅅ처럼 챙겨오지 않았단 걸 기억해 냅니다.

에라이...

 

그래도 이미 기부니가 조흐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요렇게 한치 다섯 마리가 고스란히 상에 오릅니다.

 

 

횟감을 거저 얻고, 사랑하는 마누라와 쐬주를 걸치게 되었으니 햄볶는 거야 당연하지만,

사실 

기부니가 조흘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두구두구두구두~~

 

드뎌 에드센스 광고수익금이 들어온 겁니다 ㅋㅋㅋㅋㅋ

 

뭐, 그러니 그 돈으로 쐬주를 산거나 다름이 없죠ㅎ

 

 

와사비 제대로 섞은 비주얼이옵니다.

 

그래서 가볍게 마누라와 한치의 늪에 빠져 소주를 인당 한 병씩 깝니다.

 

뭐,

역시나 감질이 납니다.

 

그래도 아쉬운 맘을 뒤로 하고 상을 치우려니 

마약같은 마누라가 왜 맥주는 안까냐고 합니다.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만두를 구웠습니다.

 

 

요즘 전 저 맥주가 맛나더군효

 

구워놓고 보니 만두가 홀수라서 혹시나 싶은 맘에 

에그스크램블을 합니다.

또 다 해놓고 나서는 냉장고에 토마토 남아있던 게 생각납니다.

 

젠장, 같이 넣을 걸 그랬네...

아숩지만, 그건 다음으로 넘깁니다.

 

 

 

여튼

그래서 어제 조촐하게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애드센스 광고 수익을 즐겼다는 알흠다운 이야깁니다.

 

한치 주신 장모님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으시더군요.

소심한 저는 그래서 살짝 맘이 상했지만, 뭐, 괜찮습니다.

 

사실 그러기엔 한치가 너무 맛났거든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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