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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털이 매쉬드포테이토를 도우로 해서 피자를 만들어보자 ( feat. 오늘도 마늘쫑과의 사투. )

글쓰는아빠 2021. 6. 29. 18:36

이런저런 사정으로 밀가루를 좀 멀리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피자는 당기지만 쉽게 먹을 수가 없는 몸입니다. 

 

다행히 최근에 수미감자를 5kg나 받았던 게 있었던지라

지난 주말에 감자를 도우 대신으로 해서 피자를 맹글어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ㅎㅎㅎ

 

음, 도우 대신에 감자라면, 역시 매쉬드포테이토 아이겠슴꽈ㅎ

아, 매쉬드포테이토 라고 꼬부랑 말로 하면 쪼매 있어 보일 거 같지만, 사실은 걍 으깬감자 라는 조흔 우리말이 있죠잉.

별 거 없슴돠. 아주 쉬운 녀석입니다. 걍 삶은 감자를 으깨어주는 건데,

이때 뭘 첨가하느냐에 따라서 맛과 상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겁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삶은감자와 삶은 달걀의 조합으로 탄생하는 녀석이죠. 샌드위치 속으로 흔히들 먹는 그 녀석이요.

연유나 치즈, 등으로도 간을 하고, 요즘엔 식재료가 풍부해져서 연어나 맛난 식재료들을 첨가하기도 하던데

 

전 이 구역의 도른자 답게 걍 마늘쫑 장아치를 활용하기로 합니다. 

(대체 마늘쫑 언제 끝나는 건데!!)

 

 

 

님부터 해동이염

 

 

일단 감자가 도우로 들어간다고 했지만, 시작은 냉장고에 방치되어 있던 닭가슴살 해동부터입니다.

왜 방치되었는지는 궁금해 하지 말아주세요.

딴에는 누군가의 다이어트 식품이었고, 그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하긴 할 생각이 있는 겐가!!!

으흠, 으흠.

하여튼 해동을 해줍니다.

 

 

감자 3알에 달걀도 3알. 각각 따로따로 삶아줍니다.

 

감자는 껍질을 벗겨서 삶고, 달걀은 냄비 새로 꺼내기 귀찮아서 걍 찻주전자에 넣고 끓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생활의 팁 tip!!

 찻주전자나 커피포트는 세척이 좀 까다로운 편이죠. 이때 요렇게 삶은 달걀 껍질을 버리지 말고 모아뒀다가 '구연산'을 첨가하여 물을 붓고 쉑잇쉑잇 해주면 아주 손쉽게 세척이 됩니다!!)

 

 

끓이는 동안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냅니다. 

 

 

오래된 사과들 처분할 기회.

 

 

냉장고에 언제부터 서식한 녀석들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가물치입니다.

 

껍질이 쭈글쭈글 고집 센 뒷집 할매처럼 구겨진 걸 보니 꽤나 되긴 되었나 봅니다. 

 

 

사과들을 강판에 갈아줍니다.

 

 

당도와 수분이 떨어진 사과는 어차피 그냥 먹으면 맛도 없죠.

 

강판에 시원하게 갈아줍니다. 

 

다행히 수분이 남아서 즙이 나온다면 땡큐입니다. 녀석들은 따로 모아서 바로 사과쥬스로 흡입해주면 됩니다.

필요한 건 갈린 알맹이들입니다. 

 

 

녀석을 팬에 설탕 + 계피와 함께 살짝 볶아줍니다.

 

즙을 제외한 알맹이들을 팬에 올리고 설탕과 계피를 조금씩 넣어줍니다.

이때, 사과가 싱싱했다면 설탕을 전혀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즙도 굳이 짤 필요없이 즙과 함께 볶아주셔도 됩니다.

헌데, 전 요리 과정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싶어서 즙을 짠 것이고, 

사과가 너무 오래되어 수분이 확 줄어든 탓에 혹시나 해서 설탕을 아주 조금 넣어준 겁니다.

 

계피는 취향껏 아빠 숟가락으로 반스푼에서 한 스푼 사이로 넣어줍니다.

계피를 왜 넣냐고요? 걍 달기만 하면 밋밋하니까?ㅎㅎ

전 좀 오묘했으면 해서 아주 소량만 넣었습니다.

 

 

요러는 사이에 일단 감자와 달걀이 익었습니다.

일단 감자와 달걀을 꺼내서 식혀줍니다.

식히는 동안 해동된 닭가슴살을 에어프라이기에 맡겨줍니다.

 

어서 익어라, 치킨!

 

찬물 샤워로 감자와 달걀을 굴리며 식혀줍니다.

대충 식었다 싶으면 이제 마구잡이로 으깨어주면 됩니다.

 

뜨거우니 찬물 샤워 부탁드립니다.

 

젠장, 

그러려니 너무 뜨겁습니다.

 

토핑 올라갈 녀석들부터 잠시 먼저 손질해줍니다.

 

젠장, 젠장,

냉장고에 그닥 참신한 녀석들이 없습니다.

 

고작 벗서과 양파, 닭가슴살, 오이고추, 언제 구매한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 옥수수콘, 

그리고 마늘쫑이 있군요. 

대체 마늘쫑 너란 녀석은... 정말, 빠지질 않는구나!!

 

 

토핑에 올라갈 녀석들 소리쥘러~~~

 

 

이제 감자가 다시 조금 더 식은 거 같으니 도전해 봅니다.

 

젠장, 젠장, 젠장.

그래도 뜨겁네요.

비닐장갑을 낀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직접 손으로 박살을 내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우의 간을 잡아줄 녀석으로 마늘쫑 장아치를 담근 

간장물을 적당히 넣습니다.

 

내가 어떻게든 마늘쫑의 인해전술 벽을 넘고 말리라!!

 

 

이제 전자렌지나 오븐에 들어갈 접시 위에 으깬감자를 넓고 고르게 펴서 놓아줍니다.

전 오븐 구매는 반드시 집 사서 드갈 때 할 것이라서ㅎ 

현재는 눈물을 머금고 전자렌지를 씁니다. 

 

(잠깐, 지금 헬조선의 일개 서민따위가 집을 사는 꿈을 꾸고 있는 겐가? 자네, 진심인가!!)

 

음, 생각보단 잘 펴졌군.

 

여기서 소스를 올릴 차례죠. 헌데, 전 그 기성품 소스 대신에 사과갈아서 볶았던 거를 올리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헌데, 막상 올릴려니 사과가 참말 오래되어서인지 맛이 그닥 오묘하지가 않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기성품 파스타 소스가 냉장고에 있으니까요.

 

 

후훗... 망했네, 유통기한~~

 

 

망할...

 

파스타 소스가 무관심 속에서 운명하셨습니다.

 

여러분,

고독사가 이처럼 위험한 겁니다.

 

뭔가 대신할만한 상큼한 녀석이 없는가 스캔해봅니다. 

 

 

아쉬운 대로 너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실험해보자!!!

 

 

샐러드 드레싱 소스이지만, 피자도우 위에 드레싱 하고 렌지에 넣어 돌리면 어떻게 될까?!!

해봐야 하는 거니까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사과도 드디어 올립니다.

 

 

뭐, 어떻게 되든 사람 먹을 수 있는 녀석만 맹글어지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꽈?ㅎ

 

 

체다 치즈를 올려서 층의 경계를 구분해 줍니다.

 

이제 넘치지 않을 정도로 토핑을 과하게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요렇게 보니 밑에 층이 어떤 어마어마한 녀석이 깔린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참 좋은 비주얼입니다.

 

 

아랫층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으깬 감자 + 마늘쫑 장아치 + 볶은 사과와 샐러드 드레싱 소스의 조합이지만

 

체다치즈 위로는 누가봐도 걍 일반적인 피자의 형태입니다. 

 

뭐, 정 맛 없으면 위에만 뜯어먹으면 되겠죠?ㅎㅎ

 

 

두근두근하는 맘으로 렌지에 넣습니다.

 

 

렌지는 집집마다 다르다지만, 일단 전 7분 돌렸네요ㅎ

 

 

비주얼은 확실히 완성된 피자의 형태입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조리과정을 전혀 모르는 아내는

렌지가 돌아가면서 풍기는 냄새에 이성을 잃기 시작합니다.

 

제가 제 아내 흉을 봐선 안될 말이지만,

가슴에 아기를 안고 있지 않았다면...

기다리질 못하고 아파트 옥상으로 뛰어올라 사자후를 내지를 기세처럼 보였습니다.

 

다행히 아기가 이성의 끈을 붙잡아주더군요. 

 

 

감자라서 손을 들고 뜯기엔 무리입니다. 버뜨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JMT죠잉~

 

 

전체 층을 한 번 떠먹어봤습니다.

맛이 어땠을까요?

 

다음 사진이 없다는 건 

이미 그딴 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옵니다 ㅋㅋㅋㅋㅋ

JMT!!!

 

아내 한 접시, 저 한 접시.

사이좋게 나눠먹긴 개뿔,

 

왜 이것밖에 만들지 않았냐는 눈빛에 그만 놀라서 빤스에 지릴 뻔 했습니다만...

후식으로 커피도 마셔야 하니까 라는 말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음, 조금 더 냉정한 시식평을 하자면,

핫소스가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거 같네요. 

사과만 있을 땐 당도가 역시 많이 떨어졌구나 싶었는데,

렌지 속에서 드레싱 소스와 사랑을 나누더니 당도가 급발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기성품 소스 특유의 텁텁한 느끼함은 덜하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여튼,

대략 임기응변으로 때려넣고 해먹은 것치고는 나름 선방했다고 자부합니다ㅎ

 

 

뭐... 마늘쫑이 여전히 남아있는 건 참.. 

으흠,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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