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아빠의 일상

일과 육아, 자산관리

글쓰는아빠의 육아일지 자세히보기

아빠의 짜투리시간/도서 읽고

밀란 쿤데라의 커튼, 장막을 걷고 소설을 만나는 길

글쓰는아빠 2021. 7. 28. 10:54

우리에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익히 알려진 밀란 쿤데라지만, 오늘은 '커튼'이다.

 

밀란 쿤데라의 커튼은 그의 에세이집입니다.
헌데, 꽤 팍팍한 에세이입니다. 그가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제법 학문적인 용어들도 등장을 하고, 몇 편의 소설들과 작가들을 거듭 언급하며 인용하는데, 그 소설들을 읽지 않은 입장의 사람이 읽게 된다면, 당연히 곤혹스러워질 수가 있겠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대의 예술작가(?)였던 쿤데라 본인이 직접 당시의 '현대소설'에 대해 사색하고, 고찰한 바를 직접 서술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책은 소설의 근본적인 존재이유와 탄생 배경, 소설을 쓰는 작가들의 태도와 그 소설들이 자신이 머물렀고, 머무르고 있는 유럽의 각 지역들 속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심지어 어떤 식으로 간섭하며, 전개되었는가까지 단숨에 거침없이 파헤칩니다.

글은 자연히 함축적인 용어들을 사용하게 되며, 말이 에세이지 잘짜여진 소논문급의 '격'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마냥 읽기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저같은 '소설지상제일주의자'에겐 안성맞춤의 책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인간 삶이 패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저는 이 한 문장으로 이 책은 이미 완성되었다고 봅니다.

 

게다가 아주 흥미로운 것이 쿤데라는 당시의 문예사조, 즉 문예이론이나 예술적 흐름에 입각하여 글을 쓴 게 아니라 본인의 주체적인 판단으로 당시의 '모더니즘'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인용되는 소설들이 달리 보이게 되는 것도 물론이고, 그 소설들이 지금 창작되고 있는 소설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인가를 상상해보면, 읽는 재미는 금방 배가 되어 버립니다.

박웅현 작가가 '다시, 책은 도끼다'의 본문에서 언급한 밀란 쿤데라의 '커튼'은 그 책 전체 내용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고, 밀란 쿤데라의 '커튼'만으로도 사실 한 시간은 족히 떠들 수 있을 만큼 내용이 방대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커튼을 열어젖힌다'는 발상의 전환이 등장한 시점부터가 현대소설에서 모더니즘이 구현된 것이라 보는 쿤데라의 견해.

 

 

덕분에 박웅현 작가의 말대로 밀란 쿤데라의 '커튼'을 제대로 정독하고 나서 소설들을 대하게 된다면,
어떤 소설이든 그 문장 하나하나가 달라보이기 마련입니다.

 

 


포스팅을 좀더 세세하게 하고 싶기도 합니다만,
일단은 여기서 펜을 놓기로 하겠습니다.

펜을 놓아야만 하는 것이
더 쓰게 되면, 스포일러는 기본이고, 아직 책을 읽지 않았을 많은 분들에게
생각의 제한적인 틀을 만들어 주는 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그간 잘 읽히지 않았던 소위 문학소설들을 제대로 일어보고 싶단 욕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밀란 쿤데라의 '커튼'을 권해봅니다.

물론, 그 역시도 처음에는 읽기 난해할 수도 있을 것이며,
다 읽고 나서도 라블레와 플로베르와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역시 다 읽고 읽었어야 했나? 하는 의구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 가지는 분명 얻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작가들은 '불멸성'의 욕구 아래,
가장 아름다운 것을 빚어내고자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