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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비우스 변신이야기 - 민음사세계고전문학전집 읽기

글쓰는아빠 2021. 7. 29. 09:23

이제 1권부터 차례대로 고개를 넘어보도록하겠다.

 

 

사실 민음사의 세계고전문학전집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가 혐오하는 먹물내음이 가득하다. 당장 이번 변신이야기만 하더라도 번역자인 이윤기 작가의 지나치게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니까 굳이 독자에게 로마식 표기와 그리스식 표기가 다르다며 매순간 등장인물들 이름에 대해 각주를 넣는다든지, 인용되는 인물들의 생략된 스토리를 구구절절하게 각주에서 다 풀어놓는다든지 하는 지나친 노력들... 덕분에 쉽게 읽혀야할 문장들이 계속 브레이크가 걸린다.)

단순히 교양 수준으로 알아두기에는 다소 지나치게 과잉된 정보전달이다. 물론, 문학서적이 얼마간 두뇌회전을 해보는 맛에 읽는 것이긴 하지만, 이런 원형의 작품. 고전을 다룸에 있어서도 꼭 이렇게 티를 내어 읽기 어렵게 만들어야 했냐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인 게 사실이다. 

 

 

 


물론, 번역자의 의지가 괜한 것은 아니다.

분명 그리스의 신화인데, 왜 구비문학으로 여러 지역에 전승된 이 신화들을 로마인이 애써 굳이 한데 엮어서 작품으로 발표하였는가 하는 점은 알아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부분이긴 하다. 정말이다. 중국의 동북아공정 같은 걸 이미 로마시대 때부터 부지런히도 해왔구나 라는 걸 단박에 알게 되니 말이다. 권력에 대한 집착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조금도 다를 바가 없구나 하는 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때문에 각주를 남발하더라도 번역자는 끈기있게 그리스식 인물명 표기와 로마식 인물명 표기를 구분짓는다. 덕분에 독자는 매순간 이 책이 로마인들이 꾸며서 엮어낸 책이라는 걸 끊임없이 상기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굳어있는 것도 아니다. 읽기에 다소 불편할 뿐이지 실제 오비디우스는 아주 복잡한, 방대한 신들과 인간들의 관계를 이야기 형식을 빌어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마치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까놓듯이 몇몇의 갈등관계가 또다른 인물들에겐 어떤 새로운 갈등의 꺼리가 되는지 적당히 지속적으로 흥미를 유발하며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전권이 1, 2권으로 나뉘어져 있고 전체 페이지가 약 700페이지에 달하고 있어서 중반부에 이르기도 전에 다소 지치는 감도 있지만, 이걸 한 번에 다 읽어내려고 하기 보단 매 챕터 별로 이번에 나온 이야기가 현대 소설들 중 어떤 이야기의 원형이 되었을까를 상상하며 읽는다면, 이 역시도 굉장한 경험이 될 것이다.

(1권 159페이지. 티스베와 퓌라모스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비극적 사랑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원수 집안의 반대로 인해 초래된 비극이란 설정마저 동일하다. 다만 머큐쇼의 죽음이란 장치는 부재.)

 

 

 


 

 

사실 민음사의 전집 도서들에 대해서 나는 늘 비판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나치게 먹물내음이 짙다는 것과 
그런 의도된 마케팅에 의해 마니아 독자들을 더욱 록인(lock-in)시켜두려는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1권씩 정복해 나가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 건 고전들이 지니고 있는 매력 때문이다.
고전들은 지금도 새로 쓰이는 많은 작품들의 원형이 되어주고 있다. 그 간극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란 것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대구 글쓰기모임 팔색조 회원들도 함께 이 고개넘기에 도전해 주기로 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될 수밖에!!

그래서 매번 함께 출판사를 비교하며 고르기는 버거울 것 같아서 간략하게 민음사의 전집으로 결정을 지었다.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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